집주인은 정신이 나간듯 우왕좌왕 곤두벌레 나대듯 용천발광을 떨고 주인 아주머니는 초상이라도 난듯 울음보를 터트린다.
마을 사람들이 천둥벌거숭이 나 데듯 불을 끄지만 불은 눈깜짝 하는 사이에 집한채를 몽땅 태우고는 식성이 차지 않는지 옆 집으로 옮겨 붙어 또 다시 활활 타오른다.
십여호가 옹기종기 추녀를 맞대고는 늘어서 있는데 잘못하다가는 열 집 모두 잿더미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을 끄던 마을분들은 이왕지사 불이 난 집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도록 옆 집이나 살려보자고 지붕에 멍석을 덮고는 불길을 막으려고 물을 뿌려보지만 세차게 불어오는거센 바람을 등에 엎고 선무당 궂하듯 번지는 불을 끄기란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한 집 또 한 집 잿더미로 변해 간다.
주인들은 실성한 사람처럼 재만 남은 집주위를 돌면서 어쩌면 좋으냐고 울고 불고 망연자실 하지만불은 아랑곳 하질 않고 계속해서 훨훨 타 오른다.
그 시절 시골에는 소방차도 없을뿐만 아니라 소화기는 이름 조차도 모르고 살던 시절이였으니 사납게 봄바람이 부는 날 개울물로 초가집에 불을 끄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바람이라도 잦아든다면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도록 막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바람은 계속해서 불어오니 소수무책이다.
잠깐 사이에 집은 다섯채나 잿더미로 변했다.
절반이 타 버린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도 점점더 불안과 공포 속으로 빠져 들고 옷은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 같고 잿티를 뒤집어 쓴 머리는 불에 그을려서 파마를한듯 뒤엉켜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야말로 생지옥처럼 아비규환이다.
나는 멍석을 메고는 지붕으로 올라 멍석을 펴다가 갑자기 불어오는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호박이 떨어지듯 마당 바닥으로 떨어져서 다리를 삐였는지 발등이 금새 퉁퉁 붓지만 아푼줄도 모르고 불을 끄느라고 정신 조차 없다.
불난 소문이 아랫 마을 윗 마을까지 번졌는지 아랫마을 윗마을분들이 구름처럼 몰려 온다.
백지장도 맞들면 났다고 했던가?
사람이 많으니 가문 날씨에 개울이 마르도록 물을 퍼다 붓자 열집을 몽땅 집어 삼킬 것 같던 불은 더 이상 번지지를 않고 세차게 불어오든 바람마져 잠잠해지자 노도처럼 성난 불길이 조금씩 잦아 들면서 겨우 불길을 잡았다.
다섯집은 숟가락 하나 건지지를 못하고 잿더만 남았지만 그래도 다섯 집은 아랫마을과 윗마을분들 덕분에 화를 면할 수가 있었다.
불이 꺼지자 모두들 중병을 앓는 환자처럼 땅바닥에 널부러 진다.
나 또한 불이 꺼지자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발등이 소복하게 부으면서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다.
그래도 천행인 것은 집은 다섯채나 잿더미만 남았고 조금씩 화상을 입고 다치기는 했어도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물과 불은 원수가 없다고 했던가?
아래 마을분들 때문에 겨우 살아난 다섯집에서는 불 때서 밥 짓고 국 끓이고 막걸리 받어다가 술과 점심 대접을 하느라고 난리법석을 떨어 댄다.
점심이 끝나자 아래 윗마을분들도 가시지를 않고 마을 어른들과 모여서 임시 회의를 하신다.
농삿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다섯체의 집을 먼저 짖기로 했는데 아랫마을과 윗마을에서도 최대한 지원을 해 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신다.
다음날부터 마을분들이 모두 나서서 두렛일로 집 짖기에 나섰고 아랫마을과 윗마을에서도집 짖는 일에 기꺼히 동참을 해 주셨다.
기둥도 가져오고 석가래도 가져오고 면에서는 스레트도 지원해 줘서 모두들 내일처럼 열심히 집 짖기를 해서 열흘만에 초가집이 아닌 스레트집 다섯체가 지어졌다.
집들이를 하는 날은 돼지 잡고 술도 빚어서 크게 마을 잔치를 벌렸다.
모두들 감격에 겨워서 눈시울를 붉힌다.
나 또한 지붕에서 떨어져 아푼다리를 끌고는 함께 동참해서 집짓기에 일조를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마을분들이 참으로 큰 일을 한 것이다.
그 후로 새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마을에 초가집들이 한채 두 채 사라지고 그 대신 기와집과 스레트 집으로 바뀌였다.
시골에 초가집이 없어진 것은 고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다.
지금도 가끔씩 집에 불이 난 것을보면 옛일이 생각나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 앉고 겁이 난다.
자나 깨나 불조심은 열번 백번을 강조해도 결고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불에 취약한 초가집 이지만 지금은 눈을찾고 찾아 봐도 볼 수가 없으니 초가집에서 살던 때가그립기만 하구나....
지각생처럼 더디 피는 봄 꽃을 생각하노라니 옛 생각이 난다.
아!
그리운 초가집이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