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회 같으면야 비가와도 상관이 없지만 모처럼 관광을 가기로했기에 만약 비가 온다면 관광은 그야말로 죽을 쑤는 꼴이 아닌가?    

전화를 받으면서 하늘를 올려다보니 하늘 가득 먹장구름이 드리워져 마치 저녁을 굶은 시어머니 화상처럼 골패기를 부리 듯 금새 질펀하게 한줄기 소나기가 퍼부을 것만 같다.  
" 비가 와도 관광을 가야하나요?"
미리 예약을 해놨으니 날씨에 관계 없이 가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지만 모르는 척 묻자  " 예약을 해놨으니 눈이오나 비가오나 관광은 가야지요 "
" 잘 알았습니다 회장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 만약 비가오더라도 꼭 가셔야해요 "
궂은 날씨 때문에 행여나 회원들이 궁금해 할까봐서 전화를 한 것이다.
전화를 끊고나자 갑자기 서쪽 하늘에서 번갯불이 번쩍하고는 섬광이 일더니 귓청을 찢을 듯 " 꽈~꽝!"지축을 흔들 듯 천둥이 울어댄다.
벼르던 제사 찬물도 한 그릇 못떠 놓는다고 하더니 모처럼 관광을 가려고하니 하느님이 심술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쪽 하늘에는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번갯불이 콩볶 듯 번쩍거리면서 천둥 또한 아비귀환을 만들 듯 마구 울어 대더니 드디어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한다.
봄에는 비가 내리면 날씨가 따뜻해지지만 가을에는 비가 내리고나면 추워지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관광날을 잘못 받은 것 같다.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내렸는데도 비는 그치지를 않고 계속해서 장마처럼 주륵주륵 소리치며 쏟아진다.
가을 가믐으로 애타게 비를 기다리던 농부들은 단비가 내리니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겠지만 회원들은 소풍을 하루 앞둔 학생들처럼 십년만에 가는 관광이라 잔뜩 마음이 들떠 있을텐데 장대비가 쏟아지니 가슴은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나 또한 자다가도 날씨가 걱정이 돼서 창문을 열어보니 애간장을 녹이려는지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퍼붓는다.
" 염병할 놈에 날씨! "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생각이들면서 나도 모르게 욕바가지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 6섯십니다 일어나세요! 여섯십니다 일어나세요! "
핸드폰이 단잠을 깨운다.
일곱시에 관광버스가 오기로 돼어 있으니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눈에 매달려 있는 단잠을 손등으로 밀어내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화등잔처럼 커진다.
세상에 이럴 수가! 
새벽녘까지 내리던 비는 거짓말처럼 그쳐 있고 구만리장천 같은 높은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여있다.
우정이 돈독한 "우정회"에서 오랜만에 가는 관광여행인지라 하나님께서 늦게야 아시고는 비를 거두어드린 모양이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어제 내린 비로 찬 바람이 몸을 할 듯 감싸 안고 지나가자 갑자기 진처리가 쳐지면서 부르르 몸이 떨린다.
비록 날씨는 조금 쌀쌀하지만 날이 개였으니 이 얼마나 천우신조한 일인가?
길 바닦에는 낙엽과 샛노란 은행 열매가 떨어져서 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것이 가을 여행으로는 금상첨화의 날씨다. 
약속장소로 나가니 버스는 벌써 도착해 있고 회원들도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모두들 나와 있는데맑게 개인 날씨 탓인지 어제 걱정과는 달리 회장님이 반겨 맞아주는데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다.
금년에 회장직을 맞은 회원은 40여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몇해전에 국장을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을 한 아주 멋진 친구다. 
우리부부가 관광버스에 몸을 싣자 관광버스는 미끄러지 듯 서해안으로 출발을 한다.
창문 밖으로는 홍시처럼 익어가는 가을 들녘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제천을 떠난 관광버스는 박달재를 넘어 충주와 음성을지나 고속도로로 들어서더니 쉬지 않고 달려서 눈 끝이 아물거리는 넓고 넓은 김제 평야를 가로지르면서 3시간 반을 달려서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인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268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내소사(來蘇寺)주차장에 도착했다.
봄은 남녘에서 올라오고 가을은 북녘에서 내려온다고 하더니 제천은 가을 걷이가 거의다 끝이나가고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었는데 이 곳 들녘은 아직도 꾀꼬리 같은 벼들이 춤추 듯 황금물결을 일렁이면서 넘실거리고 길 옆 가을로는 갸녀린 여인의 고운 자태인양 청초한 코스모스가 활짝 피여서 관광을 온 우리들을 반겨 맞이하고 감나무는 잎은 떨어지고 노란 홍시만이 가지가 찢어지도록 달려 달콤한 가을 정취를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