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제천중학교장

이   성   범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더 크고 중요한 것은 뒤로하고 눈에 보이는 작은 것만 보고서 그것에 만족하고 그것만을 위해 올인 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작은 일이지만 그만큼 전심전력을 함으로써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기에 더없이 값지고 보람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다만 더 넓은 미래를 향해 줄달음쳐야 하는 우리이기에 아쉬움이 서려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장자(莊子)의 외물편(外物篇)에 득어망전(得魚忘筌)이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이 말의 뜻은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는다는 뜻으로, 바라던 바를 이루고 나면 그 목적(目的)을 달성(達成)하기 위(爲)해 썼던 사물(事物)을 잊어버림을 비유(比喩)해 이르는 말이다.

유래를 살펴보면 옛날 堯(요)임금은 許由(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했으나 허유는 달아나 받지 않았다고 한다. 殷(은)나라 湯王(탕왕)은 務光(무광)에게 나라를 주려고 했지만 무광은 화를 냈다고 한다. 紀他(기타)는 이 소식을 듣자 나라가 자기에게 돌아올까 겁이 나서 제자를 거느리고 관수가에 은거하고 말았다. 제후들은 3년 동안 사람을 보내어 기타를 위로했다. 이 유명한 구절에 뒤이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난 뒤에는 통발은 잊어버리고 만다(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나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말은 뜻을 나타내는데 쓰이기 때문에 뜻을 알고 나면 말은 잊어버리게 된다. 내 어찌 저 말을 잊은 사람을 만나서 그와 더불어 말할 수 있을꼬. 장자는 '말을 잊은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통발과 덫을 잊는다는 말을 전제했다고 한다.
 
사실 물고기는 먹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다. 통발이 있어야 고기를 계속해서 잡을 수 있다. 그러기에 지금의 성과로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도구를 훌륭한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생산적으로 유지하고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설령 지금 나는 웬만큼 이루어 놓았으니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당신이 이룩해 놓은 성과보다 당신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잡아놓은 고기의 양보다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미래의 풍요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성과에만 매몰되어서는 인생의 다양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 일의 성과나 성공은 그곳에 빠뜨릴 만큼 매력적이어서 그 빛 속에 갇혀 외부세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한다.
자신이 이룩해 놓은 것들에 빠져버리는 순간, 인간은 지금 가진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하며 변화를 거부하면서 눈을 감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것 말고 내가 하고 싶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을 향해 전심전력해야한다. 물론 쉽지 않는 일이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고 한번 확고해진 자신의 지향은 큰 힘을 발휘한다. 자신을 과거의 업적이 아닌 미래의 지향점으로 파악하는 것, 그것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