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제천중학교장

 이 성 범

우리는 가끔 기차여행이나 전철을 이용하다보면 어르신들께 자리를 양보해드리는 젊은 분들을 만날 때 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저리게 한다. 자리를 내 주는 분이나 그 고마움을 입는 분들이나 모두 환한 웃음으로 주위를 행복하게 하니 말이다.
이처럼 친절은 어쩌면 행복의 전도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작은 배려가 담긴 친절이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하며 나아가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불씨가 되지만 요즘같이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의 단면상 그리 쉬운 일이 또한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친절에 대한 소중함이 묻어있는 글이라 다시금 음미해보고자 한다. 

폭풍우가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어느 노부부가 작은 호텔에 들어와 방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호텔은 만원이었다. 노부부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밤거리로 다시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무척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른 호텔도 만원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그때 노부부 앞으로 다가온 젊은 종업원은 방을 구해주지 못한 것이 자기의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걱정을 하며 말했다.
“이렇게  날씨가 사나운 밤에 어른들을 마냥 서성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오늘은  제방에서 주무십시오.“
노부부는 한참 망설였지만  결국 종업원의 간곡한 권유에 못 이겨 그의 방에서 묵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노부부는 계산을 하며 종업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친절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구려. 나는 당신을 위해 미국에서 제일 좋은 호텔을 지어주겠소’
뜻밖의 제의였으나 종업원은 그저 조용히 웃는 얼굴로 배웅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이 젊은 종업원은 노부부로부터 뉴욕으로 초청하는 편지를 받았다. 종업원이 도착하자마자 노부부는 웅장한 새 건물이 서 있는 5번가와 34번가가 교차하는 길모퉁이로 젊은이를 데리고 갔다.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에게 지어주기로 약속한 호텔이오.”
이 노인의 이름은 윌리엄 월도프 아스토 였고 그 호텔이 그 유명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었다. 종업원이었던 조지시 볼트가 이 호텔의 첫 관리인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참으로 읽어 볼수록 감명적이다. 처음부터 어떤 대가를 바라고 친절을 베푼 것은 아니었지만 이처럼 진실 된 작은 친절은 엄청난 큰 축복으로 돌아왔다.
이 처럼 비록 작은 친절이었지만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었기에 노부부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고마움으로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해 마침내 그를 새 호텔의 관리인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었다.
베풀면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은 인간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그 친절이 순수한 것이었느냐  아니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친절은 여러 가지 미덕의 출발점이자 행복의 원천이 되는 덕목이다. 그러기에 친절이라는 우산 밑에는 공감, 너그러움, 이타심, 관용, 수용, 동정심 같은 분명하고 가치 있는 특징들이 모여 있기 마련이다. 결국 친절은 더 큰 사랑을 낳는다. 분명 이러한 친절은 우리 삶의 귀중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