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한 여인의 갸녀린 자태인양 들녘에 흐드러지게 피여있는 코스모스가 소슬바람에 춤추듯 한들거린다.
눈이 시리도록 짙 푸르른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의 九월 하늘이 정든님을 기다리기라도 하는양 애틋한 눈빛으로 하염없이 북녘을 바라 보고 있다.
저 토록 애타게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가?
혹여나 기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슬바람 소리에 기러기 생각이 난다.  
이 가을에 구만리 장천을 ?아 올 손님은 기러기가 아닌가?
아! 계절은 벌써 가을이란 말인가!
가을소리에 추분(秋分)이 쏜살 같이 우리곁으로 다가서자 소슬 바람이 달빛에 구름가듯 살랑살랑 꼬리치며 불어 온다.
폭우로 얼룩진 여름 햇님이 그리워서 괴로워 하던 나무들도 어느새 가을이 온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더니 동지 섣달 설 한풍에 얼어 죽지 않으려면 서둘러 월동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지 부산을 떨어대며 나무위로 올리던 물줄기를 차단하자 나뭇잎들도 깜짝 놀라 마른 목을 껄떡거리면서 머지않아 정들었던 가지를 떠나 머나 먼 나그네 여행길을 떠날때가 온 것을 직감했는지 "와수수!" 아우성을 쳐대면서 서글피 울어 댄다.
머지않아 나뭇잎들도 시집가는 새색씨처럼  울긋불긋 곱게 분 단장을 하겠지......
섬돌밑에 귀뚜라미도 머지않아 ?아 올 기러기 손님을 맞으려는 듯 애잔한 목소리로 가을 음악회 준비를 하느라고 목이 쉬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외진 들녘 고독을 벗삼아 쓸쓸하게 들녘을 지켜 온 들국화도 봄,여름 밤 낮 없이 그렇게나 울부짓는 먹구름과 천둥소리를 자장가 삼고 미친 듯 쏟아지는 장대비를 은근과 끈기로 버텨 온 들국화도 가을 손님에게 꽃다발을 안기려는 듯  흐드러지게 피어나 미소를 머금는다.  
해마다 ?아오는 풍성한 가을이건만 을씨년 같은 이 가을은 유독 나를 쓸쓸하고 허전함속으로 이끌고 간다.  
아무도 모르게 우리곁으로 다가선 가을......!!!!
긴 장마의 여파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던 들녘의 오곡들도 마지막 태양의 몸부림으로 부실하기는 해도 농부들의 애타는 가슴을 어루만지기라도 하듯 황금 물결로 넘실거린다. 
처서에 날이 좋았으니 흉년을 쫓은 듯 하다.
찢어진 가을이지만 가을 들녘이 보고파 진다.
만사 제쳐두고 둘둘말이 김밥과  "카!"소리를 지를 수 있는 소주 한 병을 배낭에 챙겨 넣고는 한적한 가을 들녘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 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 보낸다 지고 가을볕이 따사롭다.  
산들산들 소슬바람이 불어오자 방천둑에 늘어선 갈대는 소슬바람에 혼례를 치르는지 자식들을 멀리멀리 날려 보내면서 흐느끼 듯 백발을 흩 날리고 주위의 높고 낮은 산들은 갈대의 하객인 양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고는 잔치술에 취한 듯 덩실덩실 춤을춘다.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넓은 들녘에는 커다란 컴바인이 굉음을 토해내면서 농부들의 땀방울 를 힘 안 들이고 손쉽게 거둠질을 하고 손으로 쥐어짜면 금새라도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 파란 하늘속으로는 천둥 벌거숭이 빨간 고추잠자리가 제 세상을 만난 듯 빙글빙글 맴을 돈다.
얼크러 설크러져 천 년 만 년 살 것 같던 건너편 고구마 넝쿨도지금은 푸르른 젊음을 잃고는 누렇게 빛이 발한체 무서리가 오기전에 얼른 거두어 드리라고 농부들에게 손짓을하고 황구의 꼬리 같은 틀실한
조이삭도 모가지가 디스크에 걸린 듯 축 늘어져서 울상을 짓고 있는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참새떼는 모가지를 타고 앉아 배를 채운다. 
들녘의 파수꾼인 키다리 장목 수수도 전역을 목전에 둔 병사 인 양 흐느적 흐느적 동작이 굼뜨고  초여름에 흙 맛을 본 들깨는 무서리가 오기전에 알토랑 같이 영글고 싶은지 가지 가득 하얀꽃을 피우고는 벌 나비를 부르고 있고 있건 만 고추밭은 중병이 앓는 환자처럼 빨간 고추 너덧개를 매달고는 김장철이 걱정이 되는지 축 널부러져 깊은 상념에 잠겨있는데 늦 여름에 심은 배추밭은 고추의 사정은 아랑 곳 하지않고 제 세상을 만난 듯 일취월장 뚱보가 되어간다.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은 법.
억수 같은 장마속에서 다른 곡식들은 흉작을 이뤘건 만 오곡중에 으뜸인 벼와 콩 농사만은 풍년가를 부르면서 가을를 찬미한다.   눈이 시리도록 짙푸르던 콩잎도 어느새 누렇게 단풍이 들어서 한 잎 두 잎 낙엽이 지고 지금은 가지마다 알차게 영글어가는 콩 꼬투리만이 주저리 주저리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