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제천중학교장

이  성   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부끄러웠던 기억이 나를 혼자 웃음 짓게 만들곤 한다. 아마 중학교시절이 아닌가 한다.
학년 초가 되면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진로 상담자료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의 흥미 적성을 알아보는 조사서에 취미와 특기란이 있었는데 나로서는 마땅히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도 없어 이 조사서를 받으면 이 공란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아닌 고민을 해야 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취미란에 독서라고 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글쎄 독서가 결코 취미일수는 없는 데 말이외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나뿐만 아니라 나처럼 그렇게 적어낸 친구들도 여러 명 있었다. 사실 독서는 취미의 선(線)을 넘어 우리의 의식주처럼 필수인 것을 그 시절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일찍이 칸트는 에밀이라는 책을 읽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자연주의 사상에 크게 감동해 학문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하며 또한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읽고 언어학을 포기하고 새로운 학문의 뜻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베니스 상인, 햄릿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영국의 세익스피어는 중학교 1학년 중퇴의 학력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는 소년시절의 수많은 책을 읽어 그의 전기에 의하면 그 시절에 읽은 책의 제목만 적어도 한권의 책을  만들 정도라고 했으니 어느 날 갑자기 위대한 문학가가 된 것이 아니란 것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전기에 의하면 그는 집이 가난하여 소년시절 고향을 떠나 런던거리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성이다 어느 마차에 치어 쓰러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를 친 마차의 주인은 극장 주인이었는데  마차에 친 인연으로 그는 극장의 잡역부로 들어가 배우가 되고 마침내 희곡작가가 되었는데 그가 나중에 희곡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년시절 읽었던 책을 바탕으로 해서 위대한 걸작들이 나온 것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어디 그 뿐이랴? 미국의 마크트레인은 미국 문학의 링컨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문학가이다.
그는 미주리주의 어느 인쇄공장의 직공에서 시작해 마침내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문학가로 성장한 사람인데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열네 살 때 인쇄소의 직공으로 취직했다고 한다.
어느 날 골목길에서 한 장의 종이쪽지를 읽게 되었는데 그는 거기에서 애국심에 불타는 오를레앙의 처녀가 붙잡혀 루앙 성에 감금 대는 대목을 읽었다고 한다. 이 한 장의 쪽지에 쓰인 이야기에 감동한 그는 잔다르크에 대한 책은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읽어 어느새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으며  결국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 성공을 이룬 대부분의 사회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모두가 강조하는 책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책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간접체험 하기도 하고, 해보고 싶었던 일을 대신 경험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인생관을 갖게 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위의 이야기처럼 소년시절에 감격스럽게 읽은  한권의 책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고 생각해 볼 때 이제 우리도 특히 우리의 정신을 눈뜨게 하는 책, 삶에 바람직한 변화를 주는 책,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 삶의 지혜와 교훈을 주는 책들을 가까이 하여 우리의 삶도 좀 더 풍요로운 결실을 맺음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