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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메모는 기록 이상(以上)의 의미를 지닌다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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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10  09: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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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어느 때부터인지 나는 메모에 집착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와서는 잠시라도 이 메모를 버리고는 살 수 없는, 실로 한 메모광(狂)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버릇이 차차 심해 감에 따라 나는 내 기억력까지를 의심할 만큼 뇌수의 일부분을 메모지로 가득 찬 포켓으로 만든 듯 한 느낌이 든다. 
나는 수첩도, 일정한 메모 용지(用紙)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 종이이거나 원고지도 좋고, 공책의 여백도 가릴 바 아니다. 닥치는 대로 메모가 되어 안팎으로 상하 종횡 (上下縱橫)으로 쓰고 지워서 일변 닳고 해지는 동안에 정리를 당하고 마는지라 만일 수첩을 메모지와 겸용한다면, 한 달이 못 가서 잉크 투성이로 변할 것이다. (중략) 실로 한 메모광(狂)이 되고 말았다. 요컨대, 내 메모는 내 물심 양면(物心兩面)의 전진하는 발자취며, 소멸해 가는 전 생애의 설계도(設計圖)이다. 

이글은 이하윤 님의 수필 ‘메모광’의 일부이다. 
어쩌면 이세상은 모두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 길을 안내하는 전광판도 기록이고 사무실 책꽂이에 무수히 쌓여있는 서류들도 기록이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도 기록이다.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기록에 묻혀 산다. 만약 세상에서 기록이 없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헤매게 될 것이다. 
아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 해도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다면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약속을 기록하지 않아 기억하지 못하고 실수했다면 이것이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 정보가 가지런히 폴더에 정리되면 좋으련만 우리의 머리는 그런 기능은 하지 못한다. 
결국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적는 방법밖에 없다. 머리가 아닌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적어놓고 반복해서 봐야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 
그래서 누가 더 기억을 잘 해내는가에 따라 인간관계가 좌우되기도 한다.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인기가 좋다. 
메모는 결국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기 위해서만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쓰는 행위로만 메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메모를 통해 생각하는 것이 크다. 
‘생각정리를 위한 노트의 기술’의 저자 이상혁 님은 ‘메모는 적고 생각하는 것 자체로 훌륭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져 실행하는 것과 안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이 생각한다는 것은 행동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모의 목적은 생각하기 위해서다. 그 생각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좀 더 전진하도록 하기 위한 행위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흐르며 성장한다, 그것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든 보이지 않는 내면의 모습이든 사람은 항상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늘 똑같다면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이라도 나 자신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그 모습을 발견하면 힘이 생긴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요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사람은 기록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기록자체가 우리네 삶을 변화 시킨다기보다는 기록을 통한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가 우리네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오늘의 삶의 기록 또한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 이 기록 즉 메모는 어떤 정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생각의 크기에 영향을 주며 행동에 윤활유가 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메모는 기록 이상(以上)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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