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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속도를 조금 늦춰 삶의 여백을 갖자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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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29  16: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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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며칠 전 저녁식사를 일찍 하고 안식구랑 제천 삼한의 초록길을 걸어 의림지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바람도 제법 시원하지만 길가의 예쁜 분홍색의 코스모스가 살며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고개를 살랑 살랑 흔들며 산책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그런가하면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참새들이 모여 그들만의 아름다운 합창을 한다. 논에 잘 익은 벼는 점잖게 고개를 숙이고 자연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가 하면 서쪽 저녁노을은 정말 장관이다. 여러 모양의 구름이 저마다 자태를 보여주니 어찌 인간의 재주로 저렇게 묘사할 수 있단 말인가. 자연의 섭리에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생각할수록 들녘에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불어오는 바람과 참새와 코스모스와 저녁노을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참으로 우리는 너무나 분주한 삶의 여정을 지내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떨 때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 가을의 드높은 파아란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지내오는 것 같다. 
더 이상한 것은 지하철역을 내려 출구로 나올 때면 모든 사람들이 거의 뛰다시피 걷는다. 나는 그리 바쁜 것이 없는 데도 자신도 모르게 덩달아 그들과 무리지어 뛰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잡으러 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급변하는 일상생활에 속에서 일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보니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발걸음마저 남보다 늦으면 남에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가 되었다.
사실 현대인의 삶은 바쁘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그래, 요즘 얼마나 바쁘셔요? 이런 인사가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어른들을 뵙게 되면 진지 잡수셨어요? 하는 것처럼 일상화 되어 있다. 인사말이 그 시대의 상황을 짧게 대변해 주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급변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바쁠 때가 많이 있지만 그렇다고 매일 바쁜 것은 아닐 것이다. 삶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멈추어야 한다. 때로는 과속할 때도 있어야 하지만 늦추거나 정지할 때도 있어야 한다. 느리다는 것이 결코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 달팽이가 아무리 느려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오히려 우리는 삶을 너무 빨리 살아가다가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기가 쉽다. 어쩌면 우리는 늘 무언가 쫓기며 살아가다 보니 빠른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약간의 시간이 남아도 느긋하게 즐길 수 없고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오히려 불안하기 까지 한 상황이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자동차는 신호대기 선을 넘어서 서있는가 하면 신호등이 채 바뀌기 전에 예측하여 급하게 운전하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다. 더한 것은 자기 차가 추월당하면 곧 인생에서 추월당하는 것처럼 급하게 차를 모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삶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길을 가다가 문득 하늘을 한번 쳐다보는 여유가 생기고, 들로 나가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여유도 생기며,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여유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마치 소가 음식을 되새김질하듯이 우리도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 내 삶의 목적, 내 존재의 이유를 되새겨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나 자신을 멈춰 세우고, 진정한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 진정한 자기자리에 제대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어둠이 짙어갈 무렵 안식구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처럼의 행복에 젖어본다. 우리 모두 지금의 삶이 아무리 바쁘다 해도 오늘부터라도 삶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마음의 여백을 통한 즐거움은 더 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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