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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적절한 둔감력을 갖자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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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14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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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치료한 어느 환자의 이야기다. 
오스트리아에 한 소녀가 살았다. 미신을 신봉한 그녀의 할머니는 ‘넌, 아들로 태어났어야 해, 넌 잘못 태어난 존재야, 스무살이 되기 전에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소녀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생각했으나 할머니의 말은 소녀의 무의식속에 눌러 앉아 깊이 뿌리내렸다. 어른이 되면서 소녀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온 뭄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아 내지 못했다. 며칠 뒤 그녀는 프로이트 박사를 찾았다. 소녀의 육신이 아닌 정신을 한참 동안 들여다본 프로이트가 말했다. “의료진의 판단이 옳다면 당신의 몸 상태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단지 어릴적 당신의 마음을 휘감은 할머니의 부정적인 말과 표현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타인이 지은 말의 감옥에 갇혀선 안됩니다. 이제 그 곳을 벗어나세요.”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읺는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어쩌면 요즘은 숨막히는 세상이다. 정제되지 않는 예리한 말의 파편이 여기저기서 튀어 올라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망설일 때가 종종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둔감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둔감력이란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쩌면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같은 단어와 어감이 묘하게 겹쳐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
그런데 현대는 속도와 빠르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인 것 같다. 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상대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언어 순발력을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능력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때로는 적절한 유연함을 유지하면서 말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무릇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의 말은 물을 닮은 것 같다. 천천히 흐르면서 메마른 대화에 습기를 공급하고 뜨거운 감정을 식혀준다. 이런 대화는 귀로 쉽게 흘러들어온다.
무협 영화를 보면 고수는 소리 없이 강하지만 하수는 소란스럽다. 하수는 적을 발견하는 순간 주저 없이 칼을 내 두른다.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애매하게 진격한다. 그러면서 전력을 쉽게 노출하고 늘 싸움에서 패배한다. 무릇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엄이 있다. 무작정 꺼내들면  칼의 위력은 줄어든다. 칼의 크기와 날카로움이 뻔히 드러나는 탓이다.
아마 말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적절한 둔감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휘두를 때 말의 품격은 더해지며 언력(言力)은 배가 된다.
그렇다. 세상은 우리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지만 삶은 매번 계속되어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사소한 일로 마음이 틀어진 이들과 다시 말을 섞고 몸을 부대끼려면 우린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반응하는 좋은 의미의 둔감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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