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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침묵도 소리 없는 언어다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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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07  16: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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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 자체로 카리스마 분위기를 뿜어내 상대를 압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무조건 입을 떼지 않는 게 침묵은 아니다. 
침묵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상대의 진면목을 확인 할 수 있다. 
언젠가 책에서 읽는 내용이 있어 침묵의 힘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나는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처럼 민주주의가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2011년 1월 12일 총기사건이 발생한 미국 애리조나 주 남동부의 투산 지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대통령의 대중 연설 역사상 가장 낯선 광경이 벌어졌다. 총기사건의 희생자 중 한명인 크리스티나의 이름을 언급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갑자기 연설을 멈춰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뭐가 잘못된 거지? 연단에 놓인 프롬프터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째깍 째깍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오바마는 말없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호흡과 호흡사이에서 비통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슬픔의 덩어리 같은 것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듯했다. 
오바마의 시선이 허공을 닿았다. 그는 닿을 수 없는 아득히 먼 공간을 쳐다보는 듯했다. 오바마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 두 눈을 연신 깜박였다.
복받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감정을 추스르느라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오바마의 어깻죽지가 흔들렸다. 
51초의 정적이 흐른 뒤 오바마는 어금니를 굳게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의 음성은 무거웠다. 무거웠으므로 공중에서 낮게 깔리며 천천히 추모객의 가슴을 향해 퍼져나갔다. 말 그대로 ‘51초 무언 (無言)연설’이었다. 
사람의 가슴으로 번져와 또렷하게 새겨지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역시 미국 국민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아로새겼다. 당시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이례적인 모습과 언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뉴욕타임즈>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자 두 딸의 아버지로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말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눴다. 오바마의 재임기간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라는 기사를 실었다고 한다. 
오바마의 연설이 이렇듯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바마는 말을 잘 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특정한 지점에서 말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애썼다고 생각한다. 침묵의 가치와 하중(荷重)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침묵의 가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칭송돼왔다.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나폴레옹에게 침묵은 일종의 병기(兵器)였다. 나폴레옹은 고향인 코르시카 지역 사투리가 입에 밴 인물이다. 대중연설에서 장군다운 위엄을 드러내는 데 유리할 리 없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침묵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병사들 앞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를 때마다 뜸을 들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10여초 정도 매의 눈으로 전방을 응시 했는데 그 때마다 병사들은 나폴레옹의 위엄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침묵이라는 ‘비언어의 대화(non verbal communication)’의 힘은 강하다. 침묵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종종 사람들에게 백마디 말보다 더 무겁고 깊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침묵은 보이지 않는 힘이다. 어쩌면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무릇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걸 아무 생각없이 대화라는 식탁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그렇다. 말이 많으면 화(禍)를 면치 못한다. 근심이 많아진다. 반대로 ‘과언무환(寡言無患)’이라는 말처럼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줄이면 근심도 줄어든다.
서양 경구 중에도 ‘웅변은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선인들의 생각은 동서양이 그리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중요한 것은 말을 잘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오늘따라 숙성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는 혹자의 말이 가슴을 저려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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