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문맹은 눈이 먼 듯 글을 읽지 못함을 뜻한다. 
원래 문맹은 글을 전혀 알지 못하는 뜻으로 쓰였지만 근래에는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통적 문맹과 기능적 문맹이다. 
전통적 문맹은 문해력이 전혀 없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문맹을 의미한다. 반면 기능적 문맹은 글을 읽기는 읽지만 실제로 생활 속에서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해 글자를 알고 읽을 수 있으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등 효과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문해력이란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런데 어쩌면 읽기에 대한 오해가 기능적 문맹의 확산인 문해력을 저하시킨 것이 아닌가 한다. 
그 원인을 일반적인 견해를 통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읽기가 수동적 행위라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읽으면 이해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읽기는 결코 수동적이지 않다. 어쩌면 읽기는 능동적 행위이다. ‘독서의 기술’을 집필한  모티머 J. 애둘러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딱 맞는 비유로 이를 쉽게 비유한 적이 있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고 포수가 공을 잡는 상황을 떠 올려봅시다. 공을 던지는 것은 투수의 일이지만 잡는 것은 포수의 일입니다. 가만히 앉아 미트를 벌리고 있다고 공이 알아서 미트 속으로 찾아 들어오지 않습니다. 공이 어떤 속도로 날아오고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은 포수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이 사실을 읽기에 적용해 보면  글쓴이는 투수, 읽는 이는 포수가 된다. 글쓴이가 의미라는 공을 던지면 읽는 이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를 잡아야 한다. 의미라는 공은 읽는 이의 마음이라는 미트로 알아서 찾아오지 않기에 읽는 이가 마음의 미트를 ‘의미’ 쪽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읽는 이는 암호화된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 중요한 요소를 선택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렬해 ‘이해’를 만들어 내야 한다. 앞과 뒤, 어휘와 어휘들 사이의 관계정렬에 실패하면 의미파악에도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언어심리학자 프랭크 스미스(Frank Smith)는 그의 저서 ‘읽기의 이해’에서 진정한 읽기는 글과 눈 사이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독자의 머릿속에서 이뤄진다. 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수동적이라고 믿기에 자칫 기능적 문맹이 확산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글자만 알면 스스로 읽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읽기는 문자를 소리로, 소리를 의미로, 의미를 다시 감정과 생각으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이다. 글자만 알면 읽을 수 있다는 믿음은 이 중에 첫 번째 단계인 문자를 소리로 바꿀 수 있으면 읽기교육이 끝났다는 오해를 자칫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믿음으로 인해 일부 부모는 아이가 더듬더듬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 읽기의 독립 즉 스스로 혼자 읽을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해 더 이상 책을 읽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글자를 읽는 것은 읽기의 걸음마에 불과 하다. 충분한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너무 일찍 읽기를 배우는 게 끝났다고 믿으면 아이의 문해력 성장은 제한 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무조건 많이 읽을수록 좋다 이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더 많이 읽을수록 더 좋다는 생각은 참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정해진 시간 안에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이다. 읽기가 능동적 행위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유한한 시간에 더 많이 읽기 위해 더 수동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일정한 시간에 더 많이 읽으면 더 많은 정보를 흘려보내야 하고 더 적게 더 얕게 생각하게 된다. 읽기가 수동적인 의미로 끝이 아니라 능동적 의미의 재구성임을 이해한다면 읽기의 양보다 질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얼굴만 아는 지인 10명보다 힘들 때 달려와 도와 줄 친구 1명이 더 낫지 않는가 말이다. 많이 읽기는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깊이 읽기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력있는 아이는 읽기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쌓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아이들이 수동적 읽기를 넘어 능동적 읽기로 발전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읽기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