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초빙교수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마음씨가 있습니다.
없으면서도 남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도 바쁘지만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려울 때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의 허물을 감싸주고 나의 미흡한 점을 고운 눈길로 봐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의 몸을 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과도 같이 상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연을 깨뜨리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삶을 진실하게 함께 하는 사람은 잘 익은 진한 과일향이 나는 사람입니다”라고 노래한 좋은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하는 글입니다.
돌이켜보면 유례없는 물 폭탄을 한반도 전역을 흩어 나가듯 곳곳에서 터트렸던 올 장마는 사상 최장이란 기록보다는 달라진 호우 양상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우리에 게 더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이번 폭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는 물론 엄청난 재산피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충북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천도 지난 7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들이 다시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도로 등의 복구도 중요하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터전을 정비, 정리하는 것도 쉬운 일 아닙니다.
그런가하면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왔던 고추를 비롯한 농작물도 빨리 수확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지금도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호우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제천시농업경영인연합회는 지난 10일 저녁 5시 긴급 읍면동 회장단회의를 소집했고, 회원들이 보유한 농 작업용 굴삭기 3대와, 과수운반차 3대를 동원해 진흙으로 매몰되고 유실된 과수원 2,000평에 대한 복구에 힘을 보탰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육군 특수전사령부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특전사 흑표부대 특전장병 230여 명을 급파, 제천시에 숙영지를 마련하고 10일부터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봉양읍에서 주민들을 위해 침수된 150여 가구와 도로, 축사의 토사를 제거하고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와 논두렁 보수, 각 가정의 가재도구를 꺼내는 등 피해 복구작전에 굵은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수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비 가오는 날에도 아랑곳없이 장화를 신고 작업복차람으로 누가 권유한 것도 아닌데 자진하여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 지곤 합니다.
뜨거운 햇살을 창모자로 가리고 고추밭에 들어가 골을 따라 붉은 고추를 따서 큰 봉지에 담는 손길, 그런가하면 포크레인으로 흙을 퍼서 자루에 담을 때 그 자루를 두 분이 마주 잡아 주는 등 크고 작은 일부터 따스한 봉사의 손길과 발길이,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이 보는 이의 가슴에 진한 향기를 발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모든 분들이 봉사를 마치고는 환한 웃음으로 행복을 만끽하는 것 같아 덕분에 나 역시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금번 집중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변의 온정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이 클수록 도움의 손길은 빛이 납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불현듯 내가 아픔에 눈물 흘릴 적에 닦아주듯 네 옆에 나 있음을 잊지 마라. 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시어가 가슴에 깊이 와 닿습니다.
이제 먹구름이 걷히고 따가운 햇살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밝아오는 태양처럼 우리 모두 환하게 웃어야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뜻하지 않았던 집중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의 아픔을 같이 나누어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무수한 봉사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성어린 작은 손길부터 이루어지는 사랑의 봉사는 어쩌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값진 향기일 수 있습니다.
어떤 꽃향기가 우리 사람만이 뿜어 낼 수 있는 특유의 향기를 발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값진 향기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을 때 더욱 널리 퍼질 것이며 아울러 이 사회는 조금 더 따듯해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