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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터닝 포인트가 된 친구와의 여행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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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9  13: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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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외래교수

얼마 전 고등학교 동기생 몇몇이 주말을 이용하여 동해안을 다녀왔다.
일부러 고속도로보다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감상하고 특히 봄이 오는 소리와 봄내음을 맡기 위해 국도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쉬엄쉬엄 가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동기생들과 이처럼 편하게 여행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젊었을 때에는 직장생활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앞만 보고 오직 외길을 달려왔다. 가정을 꾸리며 자녀를 뒷바라지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난후 출가까지 시켜놓으니 어느새 검은 머리에는 서리가 내렸고 그처럼 앳되던 얼굴은 주름살과 골이 서 너 군데 패인 세월의 산 증인이 되었다.
맞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나간 세월을 뒤돌아보면 그 나름대로 진미가 있다. 그래도 직장생활을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 덕분에 기회 있을 때 마다 승진이라는 쾌감(?)도 맛볼 수 있었으며 관리자로서 경영마인드도 잘 배울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직장은 보수를 받고 공부하는 곳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우리친구들에게도 예외 없이 정년퇴직이라는 제 2 인생의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다 친구들과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모두들 바쁘다고들 한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 때문에 바쁜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바쁜 건지 아니면 자기를 둘러싼 공동체 구성원을 위해 바쁜 건지 말이다.
우리들은 차안에서 학창시절이야기부터 현재의 삶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차에서 내려 들을 둘러보니 바람은 조금 찰지언정 분명 나뭇가지에는 금방이라도 꽃을 터뜨릴 기세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조금 있으면 저 산과 들에도 이름 모를 꽃들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기쁨을 값없이 선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 또한 이사회를 위해서 작은 봉사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선사 할 수는 없을까? 나에게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작은 노하우 하나쯤은 있을 것 아닌가? 하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불현 듯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뇌리를 스친다. 어느 도공의 이야기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마음도 쉴 겸해서 도자기 굽는 곳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역시 도공이 도자기를 열심히 빚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빚은 도자기를 여러 과정을 거친 후 마침내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그 나그네가 보기에는 아주 훌륭한 도자기가 완성되었다. 그래서 그 나그네는 환호성을 치며 도공에게 물었다. “이 도자기 정말 예뻐요? 대단하세요, 선생님, 그런데 가격은 얼마쯤 되나요?” 하고 말씀을 드렸는데 도공은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 말 없이 그 예쁜 도자기를 사정없이 깨뜨려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 나그네는 은근히 화가 나서 “아니, 이 예쁜 도자기를 왜 깨뜨려요?” 하며 항의성 발언을 하자 듣고 있던 도공은 빙그레 웃으면서 “선생님, 이 작품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걸작 품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많은 도자기를 구웠지만 정말 내 마음에 맞는 최고의 걸작 품은 아직 만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도자기를 만들고 또 만들고 구워내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오늘따라 이 도공의 말이 새롭게 도전이 되어온다.
지금까지 나는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이정도면 됐지 하며 스스로 자족해왔는지 모른다.
물론 최선을 다해 살아왔음은 결코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의 삶에 발이 묶여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저 들과 산에 필 꽃들도 우리사람들에게 값없이 즐거움을 선사하고 저 도공도 자신의 걸작 품을 만들기 위해 멈추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데 나에게도 남을 위해 작은 일이지만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나는 평소 잘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다름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감동 글쓰기를 통해 그분들의 자신감을 신장시켜드리면 어떠하겠느냐고 용기를 내어 먼저 제안을 드려보았다. 예상외로 그 지인분이 매우 좋다며 관심 있는 분들을 모셔 볼 테니 수고 좀 해 달라고 하였다. 나는 쾌히 승낙하고는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렸다.
오늘 따라 왠지 마음이 뿌듯해진다.
나도 누구인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니 말이다. 모처럼 친구들과 여행은 또 하나의 나의 삶의 작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해지자 우리는 동해안 해변을 따라 넘실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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