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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동행자의 소중함
안상현 기자  |  ansh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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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2  10: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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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성 범
   전 제천교육장, 세명대 외래교수

가을은 책을 현혹하게 만드는 특수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이런 유혹에 넘어가 나도 모르게 책상에 앉곤 한다.
불현듯 영국의 저널리스트였던 알프레드 G.가드너(Alfred George Gardiner)의 수필인 동승자 (A Fellow Traveler)가 생각이 났다.
내용인즉 퇴근길에 런던 교외로 향하는 막차를 탄 주인공은 다른 승객들이 다 내리고 텅 빈 객차 안에 혼자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곳에는 다른 동승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모기였다. 쫓아도 계속 귀찮게 달려드는 모기를 향해 화가 난 주인공은 모기에게 무임승차 한데다가 식권도 없이 먹으러 덤비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객차 내를 이리저리 쫓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꼭 노련한 투우사에 놀림 당한 황소가 된 기분으로 자리로 돌아오면서 인간의 도덕적 존엄성으로 자비를 베풀어 사형선고를 취소한다며 더 이상의 공격을 포기한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신문을 펼쳐들었을 때 달갑지 않은 동승자는 어리석게도 신문지 한복판에 내려와 앉았다.
신문을 탁 접기만 하면 일은 끝난다. 그러나 이제는 죽일 수가 없다. 사형은 이미 취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 또한 이제는 단순한 한 마리의 벌레가 아니라 자신처럼 삶을 구가하는 생명체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운명은 그들을 여름밤의 동승자로 만들어 주었고 어둠속에서 들어와 객차 속의 불 켜진 램프 주위를 잠시 맴돌다가 알 수 없는 어둠속으로 다시 사라져 가는 생명의 기적과 신비로움 또한 인간 생명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글은 작고도 단순한 내용이지만 우리주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가치와 신비로움까지 일깨워 주는 섬세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읽어볼수록 가슴이 저미어온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타국가보다 자살률이 높은지는 알 수가 없으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가하면 우발적인 범죄로 남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횟수 또한 적지 않음을 생각할 때 사회적인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가지 않으면 어두움의 그늘이 드리우게 된다.
우리는 생명을 부여받는 순간부터 동행자들과 함께한다.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목숨을 걸고 날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한 핏줄의 형제자매, 나에게 인생을 걸고 살아주는 배우자, 갈 길을 인도해 주는 스승, 마음이 통하는 친구, 직장동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 동반자들의 가치가 내 삶의 질과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무릇 행복을 만들려면 인생길을 동행하는 모든 사람의 귀한 가치를 발견하고 감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얼마 전 우리 道에서 검도학원을 운영하던 40대 가장이 부인과 자녀 3명을 살해하여 우리를 충격 속으로 몰아갔다.
늘 믿고 의지했던 남편과 아빠에게 살해당한 부인과 어린자녀들에게 삶의 마지막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순간이었을지 눈에 보이는듯하다.
가해자인 가장은 빚에 쪼들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의 가족은 더욱 어려운 생활환경속에서도 가족 간에 사랑과 신뢰로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말이다.
일찍이 알베르트 슈바이처 (Albert Schweitzer)는 나는 살려고 하는 여러 생명 중의 하나로 이 세상에 살고 있다.
생명에 관해 생각할 때, 어떤 생명체도 나와 똑같이 살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가졌고, 따라서 존중하는 의무를 느낀다. 선의 근본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보호하고 높이는 데 있으며, 악은 이와 반대로 생명을 죽이고 해치고 올바른 성장을 막는 것을 뜻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 분명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무장하고 무엇보다도 가까운 사람부터 소중하게 나아가 주변사람들의 가치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고 이기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수필가 가드너는 객차 안에서 만난 미물에게도 생명의 가치를 발견해 내는 데 내 인생의 동행자들의 가치가 어찌 여기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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